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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is on your mind, sir?

Editor 정미환 박예하 Photographer 양우성

작가 김용호와 사업가 피에르 코언 아크닌의 마음을 사로잡은 새로운 화제들.

사진가 김용호와 사업가 피에르 코언 아크닌. 고전과 새로움, 예술과 취향, 생각하고 변하는 일에 누구보다 부지런했던 두 남자의 마음에는 지금 어떤 관심사가 스쳐가고 있을까? 그들의 이야기를 그대로 지면에 옮겼다.

2017년 6월 15일 오전 10시, 사진가 김용호

얼마 전 교토에 다녀왔어요. 가부키 공연을 보러 가거나 나라로 가는 길에 잠시 들렀던 적 은 있지만, 그 도시에 제대로 집중해본 건 처음이었죠. 잘 정돈된 도시 곳곳에서 일본 문화 특유의 유미주의적 성향이 엿보였어요. 교토는 오래전 왕이 살던 지역이라 궁궐과 사원이 많아요. 긴 역사를 잘 보존해놓아 이미 지난 시대의 이야기가 들리는 것 같았죠. 모든 사물은 늘 새롭다는 생각을 새삼 했어요. 오래전 만들어진 것들도, 심지어 내가 이미 경험해 본 것들도 마찬가지예요. 여기, 파리스 바에는 15년 만에 왔어요. 친구와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던 기억이 아직 분명한데, 오랜만에 보니 또 몰랐던 지점들이 있네요. 저는 늘 새로운 시각으로 보려고 노력하는 것이 삶에서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진가로서도, 한 인간으로서도 그렇죠.

패션 사진, 광고 사진, 파인 아트와 조형까지 이미지와 관련된 다양한 작업을 해왔어요. ‘새로운 시각’은 항상 그 핵심에 있어요. ‘더 좋게’ 보려는 시도는 누구나 하고 있잖아요. 자신의 몸에서 한 번도 제대로 볼 수 없는 뒷모습의 누드를 모은 <몸>이 그랬고, 10년째 작업하고 있는 시리즈 <피안>도 그렇죠. 저는 7월마다 연잎 사진을 찍어요. 작업의 시작은 어느 전시였어요. 조선 민화전 에서 연을 그린 그림을 보는데, 저는 그 풍경을 좀 다르게 보고 싶었어요. 물 바깥에서 내려다봐야 하는 연잎을 수면 밑에서 올려다보면 어떨까? 몇 해 전 수중 사진을 찍으려고 다이빙을 배웠는데 그게 도움이 됐어요. 연 뿌리에는 가시가 빽빽 하게 돋아 있어 그걸 헤치고 지나가는 건 노동에 가까워요. 다이빙 슈트가 없으면 하기 힘든 일이죠. 땀을 흘리며 진흙탕 한가운데 들어서야 마음에 드는 공간이 나 와요. 사진을 찍다 보면 연잎 아래 그늘에서 갑자기 차가운 바람이 불어올 때가 있죠. 그 순간을 누가 또 알까요. 여기가 지상낙원인가 싶었어요.



어느 평론가가 <피안> 전시를 보고 ‘무중력의 안식을 꿈꾼다’는 문장을 썼는데, 정말 그런 기분이었죠. 지금껏 없었던 감각, 세상에 없었던 이미지를 찾았다는 건 참 기쁜 일이에요. 고고학자들의 즐거움이 그렇겠죠. 저는 최초의 발견자였던 적이 많았어요. 거기에는 얼마쯤 자랑스러움을 느끼기도 해요. 개인 작업이 아닌 상업 사진을 찍을 때도 호기심은 중요한 키워드예요. 저는 작업에 앞서 근본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요. 현대카드의 제의로 <우아한 인생> 시리즈를 촬영했을 때도 연구를 많이 했어요. 화폐의 역사와 신용카드의 기원, 특정 시기의 라이프스타일까지 많은 책을 읽고 공부했죠. 미리 생각해둔 이야기, 예습해둔 지식들, 즉흥적 감정들이 뒤섞이면, 다른 이들이 보지 못했던 장면이 드러나요.

얼마 전 어느 평론가가 이어령 선생이 쓴 글을 보내줬어요. “하나의 시점으로 바라보는 실체론적 해석보다 관계론적 사고로 봐야 한다.” 진중하고 담담하게 하나를 파고드는 사람들을 깊이 존중하지만, 저는 서로 관련된 여러 일들을 하다가 예상보다 흥미로운 결과물을 얻는 경우가 많았죠. 그러고 보니 요즘 제 관심을 끄는 것들도 다양하네요. 명품에 대해 깊은 관심은 없지만, 잘 만든 붓펜을 좋아해요. 선물을 포장하거나 글을 보낼 때 대단히 유용한데, 카트리지를 교환할 수 있는 일본 붓을 쓰고 있어요. 후지 필름의 새 카메라로 교토에서 찍은 흑백 사진들도 좋았고요.

이슈 중에서는 싱귤래리티, 즉 특이점에 대한 생각이 많아요.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은 60세에 은퇴를 했는데, 싱귤래리티가 시대의 화두가 된 후 ‘곧 내가 할 일이 많아질 것 같다’며 복귀했다고 하죠. 기업 차원이 아니라도 학자와 재산가들은 이미 그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고 해요. 인간의 지능을 훨씬 능가하는 초인공지능이 등장하면 어떤 변화가 올까요? 변화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보다, 미리 공부해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런 시대에 철학적 사고와 인문학의 고전들은 더욱 중요해지죠. 예측할 수 없는 시대에 ‘새로운 시각’을 어떻게 이어갈지, 앞으로도 제겐 중요한 문제일 거예요.



2017년 6월 9일 오후 3시, 피에르 코언 아크닌

1981년 한국에 처음 왔죠. 파병 복무 기간을 채우고 난 후 ‘돌아가지 않겠다’고 생각했어요. 프랑스에서의 부르주아 생활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죠. 기껏해야 스물서너 살의 일이었고 그때 저는 내성적이고 불안한 청년일 뿐이었지만, 몇몇 회사를 전전하다 제 사업을 시작했어요. 당시엔 제가 내린 결정인 줄 알았지만 돌이켜보면 영혼이 이끌었던 거예요. 첫 2년은 정말 힘들어서 월세조차 내기 어려웠어요. 그 시간을 거쳐 성공에 이르렀죠. 저처럼 젊은 나이에 나라를 떠나 일을 하는 사람들은 확실한 결정을 내려 목표로 다가가는 것처럼 보이죠. 하지만 사실은 정반대예요. 저는 인생을 이끄는 다른 힘이 있다고 믿어요. 내 삶의 주도권은 나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자신을 확신하며 삶에 만족한다면 그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한편 정신적인 여로에 마음을 열고 흥미를 느끼는 경우도 있죠. 저 같은 경우는 일상에서 실천하는 편이에요. 저는 매 순간 분노와 피해의식을 없애기 위해 노력해요. 자기 안의 부정적 감정들을 비우면 대체로 그 자리에 좋은 것들이 들어와요. 누구든 이런 노력을 할 수 있어요. 그게 가장 좋은 점이죠. 저는 명상에도 소질이 없고, 일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 기 때문에 책상에서, 차에서 짬짬이 할 수 있는 노력이 가장 잘 맞아요. 산이나 절에 들어가서 일주일씩 시간을 보내지 않아도 돼요. 부정적인 감정들이 나를 조종 하지 못하게 하고, 그저 흘러가게 내버려두는 것. “그건 너 때문이 아니야It’s not about you.” <닥터 스트레인지>에서 주인공의 스승이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하는 말이 바로 그거예요. 그 순간 극장에서 혼자 미소를 지었죠. 하지만 사업을 하면서 이런 마음을 유지하는 건 굉장히 힘든 일이에요. 마케팅이란 스스로를 내세우고 특별한 이미지를 만드는 일이니까요.

제 안에 좋은 자아와 나쁜 자아가 공존해요. 나쁜 자아는 내가 이것도 했고 저것도 했다며 내세우는 역할이라면, 좋은 자아는 내가 일을 할 뿐이라는 걸 깨닫는 부분이에요. 어떤 일을 하는 것과 소유하는 것은 달라요. 뭔가 소유하려고 하면 그때부터 문제가 생기죠. 사람이 소유하는 건 하나도 없어요. 빌리는 거죠. 지나갈 뿐이에요. 제 사업도 마찬가지고요. 시작한 것도 우연한 계기였어요. 사실 저는 전혀 모르는 분야에 도전해도 큰 성공을 이루는 편이에요. 아이처럼 모든 것을 흡수하죠. 호기심도 많고요. 자존심이 개입하기 시작하는 건 뭔가를 이루고 난 다음이에요. 완성에 도달하는 동안은 에너지가 넘치고, 행복을 느껴요. 사업에선 한 품목이나 서비스를 오래 지속하는 게 중요한데, 이런 천성 때문에 저는 온갖 사업에 손을 댔어요. 그러다 1994년에 칸에서 있었던 면세품 박람회에 갔다가 하바노스 사람들을 만나 무작정 시가 사업을 시작했죠. 시가를 피우지도 않았는데요.

1993년에 처음 하바나에 간 것도 스쿠버다이빙을 위해서였어요. 당시 일하던 회사에서 창립 20주년 기념으로 하바나에 가는데 같이 가지 않겠냐고 해서 따라나섰죠. 태어나서 처음이었는데 장 비를 갖춰주고는 그냥 바다에 밀어버리더라고요. 그런데 들어가서 몇 번 숨을 쉬고 나니 물 만난 고기처럼 자유자재로 되는 거예요. 혼자 깊은 바다로 들어갔다 오는 바람에 오히려 다른 사람들이 겁에 질렸죠. 중력을 거스르는 세 가지 스포츠가 있는데, 스키나 낙하처럼 떨어지는 종류가 있고, 그 다음엔 다이빙, 마지막으로 스피드가 있어요. 레이싱 같은 거요. 저는 비싼 차를 갖고 싶지는 않아서 모터사이클을 탔죠. 많이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즐겨요. 매일 스쿠터를 타기도 하고요.

무중력 상태에서는 앞서 언급한 어떠한 부정적인 감정에도 매이지 않고 물리적으로 완전한 자유를 경험할 수 있어요. 유치할 수도 있지만 하늘을 나는 꿈을 많이 꿨거든요. 자유가 가장 중요해요. 요즘은 스포츠와 음악을 통해 영감을 얻어요. 어릴 때부터 스포츠를 굉장히 좋아했어요. 축구, 럭비, 가리지 않고 하다 보니 많이 다치는 바람에 요즘에는 스쿼시를 주로 해요. 산책도 하고… 그리고 음악을 들어요. 음악은 모든 세포를 깨우는 귀한 선물이에요. 자신의 영혼과 공명하는 음악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진동하면서 마음을 낫게 하죠. 대체로 거의 모든 장르의 음악이 저를 감동시켜요. 베토벤 7번 2악장, 브람스, 슈만 같은 고전들은 물론이고, 한국 노래와 다른 나라의 국가에 마음을 사로잡힐 때도 있죠, 하하.

향기에도 신경을 써요. 향기는 정말 중요한 요소예요. 코는 얼굴에서 죄를 짓지 않는 유일한 기관이죠. 저는 시가 외에 담배를 피운 적도 없고, 술을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에요. 하지만 시가는 긴장을 풀어주고 템포를 조절하게 해줘요. 어떤 것을 완전히 파괴해서 아름다운 것으로 다시 탄생시킨다는 점도 매력적이에요. 삶의 순환이 느껴지죠. 와인도 마찬가지예요. 원료보다 더 나은 결과물이 나오는 몇 안 되는 예 중 하나죠. 한국에 머물겠다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없어요. 제가 떨치려고 하는 분노와 피해의식으로 들끓는 나라지만, 엄청난 아름다움이 있어요. 빛나는 보석이 숨어 있죠. 저는 아름다움이 클수록 그에 반하는 부정적 에너지도 커진다고 생각해요. 한국의 엄청난 분노와 부정적 기운은 한국이 그만큼 아름다운 나라라는 반증이에요. 저는 그 아름다움이 보여요. 저는 사업가가 아니에요. 이 모든 세월을 지나고도, 저는 사업가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디에 투자하고, 뭔가를 매입할 기회가 수도 없이 있었지만 하나도 하지 않았어요. 소유하려 하지 않았죠. 저는 예술가예요. 저는 예술로써의 사업을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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