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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N THROUGH THE CITY

Editor 정미환 Writer 정미환, 박예하 Photographer 김경수

도심의 지형을 이용해 어반 스포츠Urban Sports를 즐기는 두 사람을 만났다.
아스팔트와 유리 사이로 그들이 발견하는 루트는 도시의 어떤 길과도 다르다.

허공에 그리는 길, 파쿠르

길은 종종 자유의 메타포로 사용되지만, 사실 우리는 길에 갇혀 산다. 현대의 도시에서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도로와 골목은 정해져 있고, 아직 가보지 않은 길에서조차 이정표와 내비게이션의 안내에 복종한다. 하지만 그곳만 이 길이 아니라면? 평면뿐인 2차원에서 입체를 상상하듯 담장과 팻말 위, 지붕과 지붕 사이를 이동하며 스스로 길을 정할 수 있다면? 그렇다면 세계는 이전까지와 전혀 다른 무엇이 되리라. 파쿠르Parkour를 즐기는 트레이서 Traceur들은 그런 세계에 산다. 파쿠르는 도시와 자연 환경의 다양한 장애물을 이용해 스스로를 단련하는 스포츠다. 프랑스에서 탄생했고, 영화 <야마카시> 등을 통해 2000년대 초 국내에도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다. 기술 교육과 공연 등을 통해 파쿠르 문화를 보급하며 파쿠르 제너레이션즈 코리아를 운영하고 있는 김지호 대표는 1세대 트레이서들 중 하나다. 옥상 사이를 넘나들고 창문이 수십 개 달린 건물 벽을 거미 처럼 기어올라 펜스를 뛰어넘는다. 날렵한 곤충이 종횡 무진하는 것 같은 풍경에서 마블 코믹스의 히어로들이 스쳐 지난다. 영웅, 초능력자. 무협 영웅, 어릴 적 누구나 한번쯤 꿈꿔봤으나 백일몽으로 치부했던 육체의 강인한 자유가 거기에 있다. “80년대 프랑스 군사 훈련의 기술들이 거리에 적용되며 탄생했어요. 파리 근교에서 두 팀이 결성됐고, 그 여덟 멤버가 파쿠르의 선구자예요. 파리 북 쪽의 사르셀레스에는 숲과 고성이 많고, 남쪽 에브리의 신도시는 거친 콘크리트 정글이에요. 두 그룹이 교류하며 파쿠르를 완성했어요. 사르셀레스에서 정신이 태어났다면 에브리에서는 기술이 발전했죠.” 차라리 탄생 설화에 가까운 이야기. 그 정신과 기술이 대 체 무엇인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유용하기 위해 강해져라Strong to Be Useful’는 파쿠르 가치관이 있어요. 운동을 위한 운동이 아닌, 내 몸을 지키고 가족을 보호하며 위급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몸이 강해져야 한다는 얘기죠.” 파쿠르는 구체적이고 의미 있는 도전을 지향한다. 근육을 키우거나 기록을 갱신하는 대신, 저 개울과 담장, 자동차를 뛰어넘을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이 시작이다. 허공과 지형 지물로부터 동선을 디자인하는 시야를 ‘파쿠르 비전’이라 부른다. 각자의 파쿠르 비전은 실험과 수정을 거쳐 결국 실제 동작으로 이어진다. “파쿠르의 움직임은 걷기, 뛰기, 구르기, 매달리기 등 맨몸으로 할 수 있는 가장 자연스러운 동작에서 출발합니다. 거기서부터 영역별로 수백 가지 기술들이 파생되죠.”

파쿠르의 발전은 기술의 세분화에 그치지 않았다. 피트니스와 기교, 스포츠가 결합된 파쿠르는 현재 세계 최대의 스포츠 브랜드들이 주목하고 있는 종목이다. 파쿠르 인구가 60만 명에 달하는 영국에서는 아예 ‘국가 스포츠’로 지정하기도 했다. 시장이 커지면 경쟁과 제도화로 이어지는 법. 그 과정을 막는 것 역시 파쿠르 정신이다. “파쿠르 발전의 원동력은 경쟁이 아닌 이타주의에 있어요. 경쟁을 하면 기준과 규칙이 생기고, 그 순간 자유로움은 파괴되죠. 도심 익스트림 스포츠인 탓에 무모한 경쟁 심리가 큰 위험을 부르기도 하고요.” 한국 파쿠르의 초창기, 자세한 정보도 없이 영화 속 동작을 무작정 흉내 내던 무렵부터 김지호의 인생은 파쿠르를 중심으로 흘러 왔다. 파쿠르에는 정해진 길이 없다지만, 그의 이정표는 뚜렷하다. “파쿠르는 제 몸과 마음, 인생을 바꿔 놓았어 요. 꿈이 드물고 불안은 흔하고 스스로를 알기조차 어려운 시대, 파쿠르가 다른 이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길 원합니다.”



아스팔트 위의 파도, 사이드워크 서핑

1964년 캘리포니아 사운드의 선구자 잰 앤 딘Jan and Dean 은 싱글 음반 <사이드워크 서핑Sidewalk Surfin>에서 ‘동네 마다, 도시마다 퍼지고 있는 가장 새로운 스포츠에 도전 하라’고 말했다. 1950년대 초, 파도가 잠든 시즌을 견디다 못한 캘리포니아의 서퍼들은 나무판에 바퀴를 달아 맨발로 육지를 달리기 시작했고, 여기에 글자 그대로 사이드워크 서핑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로부터 반세기 후, 동인천의 언덕에서 파도의 경사를 찾는 사이드워크 서퍼 네 사람이 있다. 자유공원 근처 위치한 서프숍 서프 코드의 크루들이다. “이런 게 있다는 것도 전혀 몰랐는데, 완전히 꽂혔어요.” 서프코드의 김지훈은 4년 전 스케이트 보드의 초창기를 다룬 고전 <독타운의 제왕들>을 보고 첫눈에 반했다. 무작정 동영상을 찾으며 혼자 사이드워크 서핑을 익혔다. 그즈음 손님으로 찾곤 했던 서프코드 멤버들과 함께 타기 시작했고, 팀에 합류한 지금까지도 자유공원에서 같이 서핑을 한다. 하지만 잰 앤 딘이나 ‘독타운’의 시대와는 상황이 다르다. 국내에는 사이드워크 서핑을 아는 사 람조차 거의 없고 캘리포니아를 제외하면 해외에서도 이를 즐기는 인구가 많지 않다. 전통의 보드 브랜드 산타크 루즈Santa Cruz도 초창기에 있었던 사이드워크 보드 계열을 내놓지 않은 지 오래고, 사이드워크 서핑을 대표하는 브랜드 샤카스틱스Shakastics 역시 일반 스케이트 보드로 방향을 바꾸는 추세다. 사이드워크 서핑은 스케이트 보딩과 흡사해 보이지만 전 혀 다른 스포츠다. 보드의 몸체부터 스탠더드보다 훨씬 작다. 폭이 좁아 바퀴 사이 트랙의 길이도 짧다. 특별 한정판의 경우 파이버 글라스를 쓰기도 하지만, 20세기 중반에 그랬듯 나무판을 사용하는 경우가 여전히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단순하고 두꺼운 나무 보드는 묵직함과 복고적 매력으로 마음을 끈다. 서핑 라이프스타일의 매혹을 알려온 서프코드에서 사이드워크 서핑 보드를 직접 수입한 적도 있다.



“스케이트 보딩보다도 서핑과 훨씬 관련이 있죠. 기술이나 타는 방법이 서핑이랑 똑같아요.” 서프코드의 디렉터 김인섭이 말한다. 기술을 연습하고 ‘익스트림한’ 도전을 즐기는 스케이트 보딩과 달리, 사이드워크 서핑은 도시의 언덕에서 바다의 물성을 상상한 다. 카빙으로 커다란 곡선을 그리며 말 그대로 파도를 타듯 주행하기 때문에 입문하기에도 훨씬 쉽고 안전하다. 기술 연습을 위해 설계된 스케이트 파크보다 경사가 있고 폭이 넓은 도로가 더 적절한 환경인데, 국내에서는 아 스팔트의 질이 좋지 않은데다 마음 놓고 찾을 수 있는 코스도 드문 편이다. 그래서 이들은 항상 보드를 싣고 다닌 다. “적절한 지형을 마주치면 곧장 그곳으로 달려요.” 몸을 낮추고 팔을 뻗어 균형을 잡는 서핑 자세 그대로 아스팔트 위를 미끄러진다. 그 모습은 생경하고 아름답다. “우리가 즐기는 모습을 보며 사이드워크 서핑에 관심을 가지는 경우도 있어요. 그러니 그저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하려고 해요.” 그러고 보니 ‘사이드워크 서핑’의 가사에는 ‘아스팔트 애슬릿asphalt athlete’라는 표현이 나온다. 운 좋게 마주친 도로에 환호하며 느긋하게 달리는 이들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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