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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IMB, WALK, SURF

Editor 정미환, 안하현 Photographer 김경수, 신선혜

산을 오른다. 길을 걷는다. 파도 위로 미끄러진다. 살아 있음을 느낀다.

디스커버리 클라이밍 스퀘어 ICN, 변화무쌍한 경사를 오르다

산을 오르는 이유는 산이 그곳에 있어서다. 올라야 할 산은 인간의 승리욕을 부추긴다. 실내 클 라이밍은 합리적인 취미다. 비 오는 날에도 미끄러질 걱정이 없으며, 심지어 어둠이 가득한 밤 에도 운동할 수 있다. 자연과의 교감은 아쉽지만 내가 원할 때 언제라도 몸을 움직인다는 점에서 현대인에게 잘 맞는 취미다. 온갖 좋은 것이 넘쳐나는 시대에 살며 지루함과 익숙함을 참지 못하 는 사람들이 많다. 등산과 달리 클라이밍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암벽을 해체하고 코스에 변주를 준다. 어제는 쉽게 정복한 산이 오늘은 쉽게 넘지 못할 난코스가 되는 것이다. 게다가 암벽 하나 에만도 다양한 난이도의 루트를 두기 때문에 하나씩 정복하는 재미가 있다.



인천 마전동에 위치한 실내 클라이밍장 디스커버리 클라이밍스퀘어 ICN을 찾았다. 개장 당시 약 1652제곱미터(500평)에 달하는 규모는 많은 클라이머들에게 화제가 됐다. 15미터 높이의 암 벽을 포함한 쾌적한 시설이 이곳의 특징이다. 넓은 공간의 백미는 햇살을 받으며 하는 클라이밍이다. 자연광 아래서 이뤄지는 클라이밍은 화창한 날 산에 오르는 것처럼 경쾌한 기분을 선사한다. 공간은 크게 볼더링Bouldering과 리드Lead 공간으로 나뉜다. 볼더링은 맨손으로 벽에 붙은 돌출된 바위를 잡고 오르는 일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클라이밍의 모습으로 등반 기구를 사용하지 않은 채 오로지 사람의 손만 이용해 벽을 올라간다. 반면 리드는 밧줄을 사용해서 중간 중간 확보물을 설치한다. 볼더링이 혼자서도 할 수 있는 것과 달리 리드 클라이밍은 두 명이 함께 움직인다. 선발 등반자 뒤에는 후발 등반자가 있어야 한다. 리드 등반을 구경하니 둘의 호흡이 척척 맞는다. 뒷사람은 줄을 넘겨주고 앞사람은 뒤돌아보지 않아도 줄을 끌며 걱정 없이 암벽을 올라간다. 등반가는 스파이더맨처럼 벽에 착 붙어 몸을 움직인다. 좋은 장비가 필요한 것처럼 좋은 파트너를 구하는 일도 리드 클라이밍에선 중요한 일이다. 실내 클라이밍은 실제 등산으로도 이어진다. 클라이밍을 통해 다져진 근력은 등산을 더욱 재미있게 만든다.



걸으며 나를 발견하는 길, 트레킹

트레킹Trekking은 자연의 풍경을 즐기며 걷는 일이다. 과거 유럽인들이 대자연을 찾아 아시아를 천천히 걸어 여행한 것에서 유래됐다. 트레킹은 더 빨리, 더 멀리 가기 위해 몸을 재촉하지 않는다. 산과 들의 바람을 유유자적 느끼고 몸이 움직이는 행위에만 집중한다. 느림은 트레킹이 가져야 할 미덕이다. 자연과 교감하며 땀을 흘리는 개운함은 피트니스에서 몸을 만드는 운동과는 또 다른 쾌감을 준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말리부Malibu는 아름다운 바다로 이름난 곳이다. 일찍이 풍경의 아름다움을 알아본 이들은 호화 별장을 지어 이곳의 경치를 선점했다. 그러나 누구라도 하이웨이 1번 도로를 타면 아름다운 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 말리부는 전 세계에서 온 서핑족으로 매년 인산인해를 이룬다.



해변을 따라 걷다 보면 산타모니카산맥국립휴양지가 나온다. 약 623제곱킬로미터에 이르는 국립휴양지에서 바다와 산, 도시가 한곳에 어우러지는 절경을 만날 수 있다. 그중에서도 백본 트레일Backbone Trail은 총 길이가 100킬로미터가 넘는다. 트레킹을 하다 눈 앞에 펼쳐지는 거대한 기암괴석과 태평양에 마음이 동할 것이다. 트레킹 중 곳곳에서 만나는 야생화 군락과 폭포수도 눈을 즐겁게 한다. 란치 말리부Ranch Malibu는 트레킹에 최적화된 리조트다. 숙소를 나서면 트레킹 코스가 바로 펼쳐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시의 삶에 지친 이들은 디톡스를 하려고 일부러 란 치 말리부를 방문한다. 건강한 삶은 누구나 꿈꾸는 일이다. 그러나 일상에 치이다 보면 내 몸 하 나 제대로 가누기 쉽지 않다. 시작은 간단하다. 몸을 움직이는 것. 두 팔을 앞뒤로 흔들며 다리를 힘차게 걷는다. 걷다 보면 나의 시간이 건강하고 여유 있게 흘러감을 느낄 것이다.



쇼난 가마쿠라, 검푸른 파도 위로 미끄러지다

커다란 파도가 둥글게 몸을 만다. 시시각각 무너지는 파도 위로 서프 보드가 미끄러진다. 격랑 속 에서 서퍼와 보드는 한몸이나 마찬가지다. 사선의 물길이 끝나고 파도에서 벗어나는 순간, 희열 이 심장을 가득 채운다. 서핑은 원래 타히티의 어업 기술이었다. 일종의 고깃배였던 서프 보드가 하와이로 전파되었고, 20세기 초부터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유행하기 시작했다. 서핑 문화가 본 격정적으로 폭발한 것은 1960년대였다. 비치보이스의 노래가 빌보드 1위를 기록했고, 쇼트 보드를 비롯한 새로운 기술들이 차례로 등장했다. 미국과 호주를 이미 풍미한 서핑이 아시아에 상륙한 건 그로부터 10년이 흐른 후였다. 일본은 아시아에서 가장 빨리 서핑을 받아들인 지역들 중 하나였다. 호황에 흥청이던 70년대, 일본 서핑의 중심지는 도쿄 남쪽의 쇼난이었다.



쇼난Shonan은 요코하마의 남쪽, 가마쿠라와 에노시마 등 해안 도시들을 아우르는 지명이다. 미군 기지가 부른 이국적 분위기와 검은 모래가 덮인 해변들 덕에 쇼난은 서퍼들의 아지트가 됐다. 곳곳에 암초와 하구를 감춘 총 160km의 해안에는 서핑 스폿들이 일렬로 이어진다. 어디를 향해도 좋겠지만, 각별히 추천하고 싶은 곳은 ‘가마쿠라 고등학교’ 스폿이다. 조용하고 여유로운 동네 골목길, 기찻길 차단기 너머 탁 트인 푸른 바다, 자전거에 보드를 싣고 바다로 향하는 서퍼들과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들. 만화 <슬램덩크>의 배경으로 등장했던 덕에 이곳의 풍경은 그리 낯설지 않다. 아침 일찍 해변에 들르면, 퍼시픽 드라이브인 카페에서 동네 서퍼들과 섞여 커피를 마실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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