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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DY & SOUL

Writer 금정연 서평가 Photographer 박성수

몸과 마음을 위한 책을 골랐다. 책으로 달리기를 배우고 위로도 받는다.

독서는 마음의 양식이라고 했다. 흑백 사진집은 그 자체로 위로가 되고, 작가의 욕망이 담긴 여행기는 대리 만족을 준다. 반대로 몸이 찌뿌둥할 땐 달리기 입문서를 읽는다. 누워서도 운동장 10바퀴 돈 것 같으니 오늘도 운동을 글로 잘 배웠다.

요즘 들어 내 몸과 나 사이의 관계는 그리 좋지 않다. 로베르토 볼라뇨 Roberto Bolano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리스 선박왕과 그 아내의 관계, 다시 말 해 아내를 사랑하는 유부남이지만 아내를 최대한 안 보려는 관계” 같다고 할까. 나는 내 몸을 사랑하지만 최대한 내 몸을 안 보고 싶다. 세상에는 다 양한 편견이 존재한다. 그중 하나는 책을 많이 읽는 사람에 대한 편견이다.

안경을 썼다(온종일 책만 읽어서)
배가 나왔다(책상에 오래 앉아 있어서)
피부가 하얗다(햇볕을 쬐지 않아서)
팔다리가 가늘다(운동하지 않아서)
술을 많이 마신다(달리 스트레스 풀 길이 없어서)   이하 생략…

이게 터무니없는 오해라는 사실을 굳이 지적해야 할까? 물론 나는 배가 나오고 피부가 하얗고 팔다리가 가늘며 술을 많이 마신다. 안경은 안 쓴다, 아직은. 하지만 그건 나의 문제일 뿐이다.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고 자리에 앉을 때면 에구구 소리가 절로 나고 계단을 오르내릴 때면 묵직하게 흔들리는 뱃살이 느껴진다.

열 살 때만 해도 나는 날렵한 아이였다. 산으로 들로 쏘다니며 강아지처럼 살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책에 빠져버렸고 짜잔, 그다음은 보시는 대로다. 운동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은 건 아니다. 술과 담배, 책에 절어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몸은 괴로워했다. 자칫하다가는 죽을지 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던 순간도 여럿 있었다. 나는 매일 개천을 달리기로 마음먹었다. 러닝화도 구입했다. 그리고 달리기를 시작하는 대신 달리기에 관한 책을 읽었다.

이안 맥닐Ian Macneill의 <잘 달린다>가 바로 그때 읽은 책이다. 근육통과 부상을 피하는 방법에 서부터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고 실용적인 훈련 프로그램을 짜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달리기를 시작하는 초보 러너가 알아야 할 거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영양학, 스포츠 의학, 스포츠 과학, 심리학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의 친절한 조언도 들을 수 있다. 단순한 달리기에도 이렇게 복잡한 메커니즘이 숨어 있다니. 다리를 천천히 움직이면 걷기고, 빠르게 움직이면 달리기라고 생각했던 나는 잠시 지난 세월을 반성해야 했다. 책을 읽는 내내 몸이 근질근질했다. 그리하여 책장을 덮은 나는 러닝화를 신고 개천으로 뛰어나가는 대신 자전거 타기에 관한 책을 주문했으니, 굳이 달리지 않아도 달리기를 다 알아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였다. 나는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운동과 관련된 책을 사기 시작했다. <자전거 여행>, <나를 부르는 숲>, <야구란 무엇인가>, <스트레칭이라도 하셔야겠습니다>, <케 틀벨 심플 앤 시니스터>, <염소의 맛>(수영장이 배경인 그래픽노블), <현대 복싱 교본> 등이 그럴 때 산 책들이다.

그런데 꼭 운동해야 하는 건가. 언젠가부터 나는 현대인의 과도한 건강 집착증에 불만을 느끼고 있었고, 그러는 동안에도 내 건강은 나빠져만 갔다. 나는 운동을 하지 않고 건강을 찾는 법을 궁리하다가 <가만히 앉아 있는 법을 가르쳐 주세요> 같은 책을 읽기도 했다. 이유 모를 만 성 통증에 시달리던 작가가 우연히 명상에 입문하여 자신의 몸과 마음, 나아가 세계를 새롭게 바라보게 되는 과정을 그린 책이다. 적당히 유머러스했고 조금은 감동적이었다. 어디, 명상이 나 한번 해봐? 하지만 나는 가만히 눈을 감고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타입의 인간은 아니 다. 눈을 가늘게 뜨고 다른 사람이 써놓은 책을 보는 타입의 인간이다.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 역시 그런 인간이었다. 평생 글쓰기와 육체라는 테마를 탐구했던 그는 일본을 여행한 후에 <기호의 제국>을 썼다. 여행기라기보다는 픽션에 가까운 책이다. 롤랑 바르트는 어디에서든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본다. 그에게 일본은 날것에 가까운 음식, 하이쿠, 스모, 파친코, 꽃꽂이, 선물보다 화려한 포장지 등으로 이루어진 텅 빈 기호들의 집합이다. 그런 일본에 매혹된 그는 본인의 가장 내밀한 욕망을 그곳에 투사한다. 그러니까 글쓰기와 육체를. 그에게 꽃꽂이는 일종의 공간이고 공간을 만들기 위한 노동이며 (약간의 비약을 통해)글 쓰기 그 자체가 된다. “우리는 읽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그것을 쓴 손의 궤적을 따르기 위해 몸을 움직여 가지 사이의 틈이나 꽃꽂이 전체의 공간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양감을 창출하고 우리의 읽기가 단순히 메 시지를 해독하는 것으로 끝나기를 거부하는 진정한 글쓰기이며, 글을 쓰는 노동은 읽는 행위로 반복된다.” 그에게는 서구인의 눈과 달리 쑥 들어가 있지도 않고 크지도 않은 일본인의 눈 조차 (역시 약간의 비약을 통해)글쓰기로 보인다. “그 얼굴의 본질은 조각이 아니라 글쓰기다.” 그리고 글쓰기는 마침내 (약간은 과도한 비약을 통해)깨달음이 된다. 도대체 이게 무슨 헛소리냐고? 그렇다. 내가 필요한 게 바로 그것이었다. 가만히 앉아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도 죄책감은 느끼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는 헛소리만 한 약도 없다. 한마디로 정신승리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Abbas Kiarostami의 <바람이 또 나를 데려가리>는 오늘의 주제에 어울리는 책으로 보이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의 감독으로 알려진 키아로 스타미의 사진과 시를 담은 책이다. 원제는 <바람과 함께 걷기Walking with the Wind>인데, 제목과 달리 그의 흑백 사진에는 사람이 없다. 보이는 것은 눈 덮인 들과 산, 나무와 구름 등이다. 그 것은 내게 인간이란 인간의 생각만큼 중요하지는 않다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점점 가늘어지는 팔다리, 늘어나는 뱃살, 하얗다 못해 파리해진 피부, 숙취 그리고 죄책감 같은 것들 말이다. 한마디로, 더는 정신승리가 먹히지 않을 때 읽기 좋은 책이다. 그때 나는 비로소 홀가분해진 마음으로 새롭게 술을 마실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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