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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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고 간 모로코

Editor 안하현 Photographer 신규철

마라케시에 도착한 날부터 귀국 항공편을 알아봤다.

마라케시에 도착한 날부터 귀국 항공편을 알아봤다. 도시를 떠나는 날의 일기장에는 ‘탈출’이라는 단어가 적혀 있다. 모로코를 여행하는 일주일 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Show me the money.” 마라케시에 딱 맞는 문구다. 이 도시에서 모든 것은 돈으로 통한다. 덜컹대는 버스를 타고 탕헤르Tanger에서 마라케시로 향했다. 구멍만 뚫린 휴게소 화장실을 다녀오자 노파의 손이 다가왔다. “투two 디르 함Dirham(모로코 화폐 단위로 1디르함은 한화 110원 선).” 이따위 시설에 돈을 낸다는 사실이 화장실에서 받은 충격을 쉽게 제압했다. 화장실은 워밍업에 불과했다. 매연과 소음과 온갖 구질구질한 것이 모인 제마엘프나 광장Jemaa elFna Square이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도시의 랜드마크인 제마엘프나 광장은 도떼기시장이 따로 없다. 원숭이와 코브라, 기인들의 쇼가 펼쳐지고, 음식점과 좌판이 광장을 빼곡히 채운다. 여행자들은 <세계 테마 기행>에 나올 법한 이국적인 풍경에 마음이 동한다. 하지만 모든 일엔 대가가 따른다. 사진을 찍자 상인은 “원 디르 함”을 요구했다. 누가 내게 돈을 맡겨 놓았나? 길을 걷는 내내 “마담, 원 디르함 플리즈”라는 말이 줄기차게 따라왔다.

구걸에는 남녀노소 구분이 없고 상점의 물건에는 가격표가 없다. 여행객용과 현지인용 가격은 몇 배 차이가 난다. 이곳에서 나는 걸어 다니는 지갑, 즉 호구다. 온갖 ‘삐 끼’를 물리치고 운 좋게 광장을 벗어나도 숙소로 가는 길이 만만치 않다. 미로 같은 골목이다. 길을 안내해주는 선량한 시민을 믿지 말지어다. 말미에는 “원 디르함”이 라임 처럼 붙는다. 지긋지긋한 호객에 시달린 게 6년 전이니 지금쯤 ‘투 디르함’으로 올랐으려나. 불행하게도 사하라 사막에 가기 위해서는 마라케시를 반드시 거쳐야 했다.



잡상인에게 질려 이 나라에 신물이 나고 멘탈이 나갈 때쯤에는 사막 투어의 호객꾼이 마지막으로 다가온다. “사하라 오케이?” 모르고 떠나면 덤터기를 쓴다. 나는 남들보다 비싼 금액을 냈다. 말이 사막 투 어지 2박 3일 동안 사막에 머무는 시간은 24시간이 채 되지 않는다. 나머지 시간은 차에서만 보냈단 말이다. 보이는 건 황무지 벌판이다. 또 낚였다 생각할 때 사막에 도착했다.

사막은 진짜 사막이었다. 햇살에 빛나는 모래와 낙타 행렬이 장관을 만들었다. 단 사막에는 없는 게 많 다. 편안한 침구와 쾌적한 화장실이 없다. 또 하나 편식 하는 여행자도 없다. 정체를 모르는 고기(낙타 고기라고 일행은 추측했다), 향이 강한 하리라Harira 수프와 마른 빵이 저녁 식사로 나왔다. 에라 모르겠다. 이마저도 정신없이 달려들었다.

가끔 단어의 의미가 명징하게 다가올 때가 있다. 별이 쏟 아지고 바람이 불던 그 밤을 종종 떠올린다. 목동의 노랫 소리에 취한 사람들을 피해 모래 언덕에 누웠다. 세상천지에 나밖에 없는 기분이 들었다. 아무것도 없는 공간은 바람이 채운다. 윙윙 바람이 불고 이따금 힝힝 낙타 울음소 리가 장단을 맞췄다. 나는 이때만큼 고요의 의미를 절절하 게 깨달은 적이 없다. 어쩌면 마라케시의 소음과 매연은 사막의 정적을 더욱 빛내기 위해서 존재하는지도 모른다.



사랑과 미움은 백지 한 장 차이다. 으르렁거리던 남녀가 한순간 불꽃이 튀고 죽고 못 살던 연인이 불시에 돌아선다. 돌이켜보니 미움은 종종 무지에서 비롯됐다. 조금 더 마음을 열었다면 이 도시를 이토록 미워하지 않았을 것이다. 연애를 시작할 때 매번 잊는 사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부디 다음번엔 든든한 동행자와 함께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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